차세대 반도체·배터리 공정을 위한 초정밀 레이저 드릴링 기술
반도체 산업에서 ‘초정밀 드릴링(precision drilling)’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가속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둘째는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다.
이 두 가지 거대 트렌드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정밀 기계장비 및 레이저 가공 솔루션 수요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으며, 특히 프로브카드(probe card), 칩렛 기판(chiplet substrate),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공정에서 초정밀 레이저 빔 스티어링 기술의 필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프로브카드 제조 공정이 요구하는 극한의 정밀도
프로브카드(Probe Card)는 실리콘 웨이퍼에 형성된 회로를 다이싱(dicing) 이전에 미리 검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핵심 장비로, 수율 향상과 불량 칩의 조기 선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프로브카드 제조는 미세 피처(feature)와 극도로 좁은 공차(tolerance)를 다루기 때문에 공정 자체가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
이러한 이유로 초단펄스(USP, ultrashort pulsed) 레이저와 더불어 기존의 2축 또는 3축 스캔 헤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정교한 빔 스티어링(beam steering)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프로브카드 제조 공정에서는 제로 테이퍼(zero taper) 홀, 즉입구와 출구 지름이 완전히 동일한 관통 홀을 구현해야 한다.
일반적인 수직 레이저 조사 방식으로는 이러한 형상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바로 ‘프리세션 드릴링(Precession Drilling)’이다. 이 방식은 레이저가 가공 표면에 단순히 수직으로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각(attack angle)을 미세하게 조 절해 레이저를 약간 기울이거나 중심에서 오프셋(offset)된 위치로 조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다축 제어를 위해서는 5축 스캔 헤드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완벽한 원통형의 제로 테이퍼 홀을 구현할 수 있다.(그림1 참고)

<그림1> 프리세션 드릴링 개념도. 레이저의 공격각을 미세하게 조절해 기판에 수직이 아닌 각도로 조사함으로써 제로 테이퍼 홀 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
프리세션 드릴링은 기존 공정 대비 월등한 정밀도와 형상 품질을 보장하며, 증가하는 반도체 패키징 수요, 특히 AI 반도체 에서 중요한 프로브카드 및 기판 제조를 뒷받침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hiplets(칩렛)
반도체 업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기존에는 로직, 메모리, I/O 기능을 하나의 대형 Monolithic 칩 안에 모두 통합한 구조가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엔지니어들은 이를 칩렛 (Chiplet) 기반의 모듈형 설계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칩렛은 기능별로 검증된 소형 반도체 블록을 조합해 하나의 시스템온칩(SoC)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설계 및 제조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모듈형 접근법은 개발 비용 절감, 생산 수율 향상, 특정 애플리케이션 요구에 맞춘 설계 유연성 등 여러 측면에서 명확한 이점을 제공한다. 쉽게 말해, IC 패키지 내부에 초소형 PCB가 자리 잡은 형태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림2 참조)

<그림2> 칩렛을 활용한 IC 패키징 구조 예시. 로직·메모리·I/O 등 기능별 칩렛을 모듈화해 인터포저 상에서 하나의 통합 칩처럼 동작하도록 구성한 형태.
칩렛 기반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밀한 연결 기술이 요구된다. 여기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레이저 가공 기술이다.
고급 패키징, 특히 2.5D 구조에서는 여러 칩렛이 인터포저(interposer)위에 배치되고, 인터포저가 이들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배선 역할을 한다. 이 연결을 구현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실리콘 또는 유리 기판에 TSV(Through-Silicon Via) 혹은 TGV(Through-Glass Via)라는 미세한 관통 홀을 가공한다.
이 홀들은 수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초정밀 작업이 며, 비아 피치(via pitch)는 일반적으로 40~50㎛ 수준에 불과하다. 공정에 따라 한 개 기판을 여러 번 드릴링하거나, 반대면 접근을 위해 기판을 뒤집어 가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초미세 가공은 일반적인 스캔 시스템으로는 수행할 수 없으며, 완전 디지털 방식의 스캐닝시스템, 고해상도 모션 스테이지, 정밀 광학계, 그리고 초단펄스(USP) 레이저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장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장비는 짧은 작업거리에서 레이저를 표면에 정확히 수직으로 유지하고 스폿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텔레센트릭 렌즈를 채택한다. 일부 솔루션은 taper를 줄이기 위해 톱햇(top-hat) 빔 프로파일을 형성하는 회절광학소자(Diffractive Optic)를 함께 적용한다.
문제는 짧은 작업거리 때문에 단일 스캔 헤드만으로는 넓은 영역을 커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확장하기 위해 시스템에는 고해상도 모션 스테이지가 필수적으로 포함되며, X·Y축 및 회전(R) 방향에서 기판 위치를 정밀하게 추적하기 위해 고해상도 카메라 시스템이 통합된다. 이러한 정밀 계측·제어 구성 덕분에 미세비아와 칩렛 간연결 위치를 오차 없이 일치시킬 수 있다.
칩렛 아키텍처가 반도체 패키징의 새로운 표준 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이를 구현하는 핵심 도구, 특히 레이저 마이크로머시닝(laser micromachining)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광학, 모션 제어, 설계 기술이 한곳에서 융합되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이 분야는 기술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Printed Circuit Boards(PCB)
앞서 언급했듯이, AI 연산 수요의 폭증과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쇄회로기판(PCB) 생산 장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일부 업계 전망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PCB 제조 장비 시장은 연평균 24%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비아 홀 가공은 스핀들 기반 드릴로도 대응할 수 있지만, 25~250㎛ 범위의 마이크로비아 (microvia) 를 정밀하게 뚫기 위해서는 레이저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재 PCB 제조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레이저는 CO₂ 레이저이며, 100㎛ 이하의더 작은 비아를 가공할 때는 UV(자외선) 레이저나 그린(Green) 레이저가 필요하다. (그림3 참조)

<그림3> 고밀도 PCB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비아 홀 패턴 예시. AI·고성능 패키징 수요 증가에 따라 미세 비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PCB 가공 사례이다.
PCB용 레이저 드릴링 시스템의 전체 설계는 칩렛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시스템과 기본 구조가 유사하지만, 처리 규모는 훨씬 더 크다. 하나의 PCB 패널에는 100만 개 이상의 비아 홀을 가공해야 하는 경우가 흔하며, 처리량을 높이기 위해 하나의 XY 스테이지에 최대 4개의 스캔 헤드가 장착되기도 한다.
칩렛 공정보다는 요구 정밀도가 다소 낮아(칩렛: 5㎛ 미만, PCB: 약 10㎛ 수준) 보이지만, 반복 정밀도는 오히려 더 중요한 요소다. CO₂ 레이저는 열 기반(thermal) 가공 방식이므로, 열영향부(HAZ) 를 줄이기 위해 동일한 드릴 패턴을 여러 차례 반복 조사하고, 각 지점이 적절히 냉각된 후 다시 레이저가 조사되도록 설계된다. 이때 시스템이 10~20분에 걸친 반복 작업 동안 오차없이 동일 위치를 재현하지 못하면, 가공된 비아 품질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PCB 패널 전체가 검사에서 불합격 처리될 수 있다.
레이저 마이크로머시닝의 발전 전망
웨이퍼 단계의 테스트부터 첨단 패키징, 고밀도 PCB 제조에 이르기까지, 레이저 마이크로머시닝(laser micromachining) 은 차세대 전자기술을 가능하게하는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칩렛 아키텍처와 AI 응용 분야가 계속 진화함에 따라, 광학, 모션 제어, 설계 기술이 만나는 이 교차 지점은 앞으로도 반도체 제조 혁신의 중심 무대가 될 것이다.
자료제공: Novanta(www.novanta.com)


